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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이누야샤 미디어 다시보기


글을 쓰기 전에 9년 전에 연재가 끝난 만화가 얼마나 인기가 아직 있겠어? 하고 생각하고 네이버에 검색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아직도 이누야샤 관련 블로그 포스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루미코 여사의 다음 작품이고 아직도 연재중인'경계의 린네'보다 더 인기가 많을 정도이다. 명탐정 코난, 짱구는 못말려, 나루토, 원피스 등과 함께 애니메이션화 되어 인기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서 오랫동안 방송된 탓이 클 것이다.

 설명이 불필요한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애니메이션에 대해 설명을 하자는게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재밌는 작품은 또 재밌기 때문에 더 설명해주고 싶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 이 만화를 그린 원작자이다. 내 나이 세대의 사람이라면 란마 1/2을 통해 처음 알게 됐을 것이고, 그 전에 제법 일본만화를 본다고 콧방귀좀 꼈을 덕후들은 시끌별 녀석들, 메종일각등으로 이름을 접했을 것이고, 90년대~밀레니엄 세대에게는 단연코 이 이누야샤의 원작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지금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경계의 린네라는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시대상으로 보면 70년대 말에서부터 2010년대까지 40년동안 소년만화를 그리시는 분이 그 모든 장편을 히트시키며 애니메이션화 시키고 있다는 말인데, 정말 대단한 창작재능이 아닐 수가 없다.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방도가 없다.

게다가 주간 연재라는 만화의 특성 상, 스케줄이 매우 고될 것이고 그로 인해 개인적인 시간을 갖거나 충전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텐데 그런 창작을 뒷받침하는 배경지식은 언제 습득하신 것인지 불가사의 할 정도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일에만 매달려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를텐데, 아직까지 현 세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 할만한 만화를 그려올 수 있다는 것에는 분명 그 뒤에 대단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이 틀림 없다. 끝 없이 노력하는 불세출의 천재다. 그 말로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누야샤는 살펴보면, 사실 소재 자체는 정말 흔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도전하는 완전한 레드오션 장르인 '중세 판타지'. 그것도 이고깽 (주 : 주인공이 '이'계로 넘어가서 '고'생하며 '깽'판치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 스타일)물이다. 아니라고? 한번 살펴보자.

 이누야샤는 소년만화지만 만화의 주인공은 이누야샤가 아니다. 주인공은 카고메(유가영)다. 이누야샤는 주인공인 척 하는 히로인이며, 필요할 때마다 보스몹을 잡아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존재에 가깝다. 만화의 초점 자체가 카고메에 맞춰져 있다. 카고메는 현대의 여중생인데, 자신의 집에 있던 봉인된 우물에 빠져 이세계로 넘어간다. 이 부분이 이고깽 물에 가깝다. 그 이세계가 서양의 중세 판타지가 아니라 비슷한 시기의 일본 전국시대일 뿐이다. 거기에 몬스터 대신, 일본의 요괴가 나오고. 

 판타지에서 차용한 요소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중세 판타지의 검과 마법 세계관을 대신한다는 관점에서 볼때 이누야샤는 철쇄아를 든 전사이다. 철쇄아를 든 이누야샤는 지속적으로 레벨업을 하며 철쇄아의 모양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나간다. 카고메는 파마의 활을 든 무녀(프리스트), 미로쿠는 풍혈과 법력으로 싸우는 승려(마법사), 산고는 히라이고츠와 체술로 싸우는 퇴마닌자이다. 주력 전투멤버가 4명이라는 소리는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로 대변되는 일본식 RPG를 웬만큼 밴치마킹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구성이다. 마스코트 싯포와 탈것(...)키라라도 있고. 이렇게 한 파티를 구성하여 싸우며 대마왕 역에는 나라쿠가, 라이벌 역에는 이누야샤의 배다른 형 셋쇼마루가 있다. 주인공이 카고메라는 나의 관점으로 보자면 키쿄우도 카고메의 라이벌 역이다. 따지고 보면 이누야샤는 정말 완벽하게 정통적이고 모든 왕도적인 구성을 가진 RPG식 만화였던 것이다.

 흔하디 흔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누야샤가 오랫동안, 연재가 끝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카하시 루미코라는 네임벨류때문에? 시대를 잘 타고나서? 운이 좋아서? 정확하게 짚지는 못하겠지만, 왜 이 만화가 좋았는지를 몇가지 더듬어보고 싶다.

 먼저 이 작품은 소년만화이면서도, 동시에 순정만화이다. 순정 요소를 섞은게 아니라 순정만화로도 성립이 될 정도로 인간 관계가 잘 짜여져 있다. 이누야샤와 연인 카고메, 이누야사의 운명적인 첫사랑 키쿄우, 키쿄우를 어떻게 한번 해볼라다가 흑화해버린 나라쿠간의 4각 막장 드라마 치정극이 제법 잘 준비 되어있으며 특히 이누야샤, 카고메, 키쿄우 간의 삼각관계와 그 심리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카고메와 이누야샤는 서로 굉장히 유치하고 풋풋한 사랑을 하지만, 키쿄우가 그 사이에 들어가면 이누야샤는 갑자기 아주 어른스럽고 애틋한 로맨스를 나누는 캐릭터로 변모한다. 평소 이누야샤의 찌질하고 유치한 모습에 키득거리다가도, 키쿄우를 대할때의 정열적이고 애절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카고메에게 이입한 독자에게는 마음을 후벼파게 만드는 묘사이며, 왜 이 만화가 훌륭한 순정만화인지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카고메가 느끼는 심경의 변화 묘사는 여성 독자에게 엄청난 공감을 받았으리라 추정된다. 독자층이 대부분 남성이고 학생인 소년만화가 여성 독자까지 휘어잡는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이누야샤는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요괴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반요라는 설정 또한 좋다. 물리적으로는 이런 출신때문에 정월 초하루가 되면 인간으로 돌아와버려 전투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약해진 이누야샤가 카고메를 지키기 위한 분투를 할때 느껴지는 감동이 독자에게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 정신적으로는 인간 세계에서도, 요괴 세계에서도 배척받고 외톨이가 되어 떠도는 캐릭터인데, 외롭고 괴롭힘 당하는 캐릭터에게 동정심이 생기고 그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는 카고메의 생각이 독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런 마음을 흔드는 요소는 시대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소재이기 때문에 이누야샤라는 만화는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마왕 포지션에 있는 나라쿠라는 캐릭터는 사실 소년 만화의 보스 캐릭으로는 손에 땀을 쥐며 긴장타게 하는 재미가 좀 덜한 캐릭터이긴 한데, 나라쿠가 물리적으로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뒤흔들며 통수치는 책략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쿠의 이런 모습 또한 의도된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런 류의 야비한놈들은 정신공격이나 팩트 폭력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잘하는 캐릭터는 이누야샤가 아니라 카고메이다. 실제로 나라쿠는 물리적인 공격에는 계속 부활하고 회복하고 껍질을 바꿨지만, 자신의 정신적인 부분은 약점으로 간주해서 무던히도 자신의 마음을 버리려고 애썼다. 심장을 떼어낸다던가, 오니구모의 마음을 버린다던가, 그런 식으로 끝끝내 자신이 반요라는 컴플렉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사혼의 구슬에 빈 소원 '키쿄우와 썌...썎쓰하고싶다.'도 끝끝내 이뤄지지 못했고 그리고 그런 약점을 카고메에게 간파당해 마지막에 뒈짓한다. 이 바닥의 모든 악당이 그렇듯, 무력으로 흥한 자는 무력에 작살나고, 팩폭으로 마음을 가지고 놀고 남을 기만하는 놈은 팩폭에 작살난다. 아아 커플천국 솔로지옥..

 나라쿠가 정신공격계의 보스였기 때문에, 주인공들도 유혹과 타락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묘사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묘사들은 소년만화의 단순명쾌한 권선징악 도식 -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소년만화는 특히 더. - 을 살짝 벗어나게 되어, 보다 인간적인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한 이누야샤와 키쿄우 사이를 바라보며 카고메가 겪는 심정적 갈등도 극 중에서 요괴의 공격용 소재로 끊임없이 쓰이고 있으며, 이것이 추한 질투심의 발로인가, 카고메는 과연 정적 키쿄우가 죽기를 바라는 것인가, 대의와 사랑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를 독자에게 계속 던져준다. 산고 또한 동생 코하쿠가 벌인 일에 대한 죄책감, 동생에 대한 사랑과 걱정, 사혼의 구슬 조각으로 움직이는 죽은 동생의 생사여탈의 문제, 사랑하는 미로쿠를 위해 선택해야하는 살인의 갈등등 끊임 없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하는 모습은 독자로부터 또 다른 긴장감, 이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품이 장기연재를 할 때엔 솔직히 너무 질질끈다고 생각했었는데, 옆동네 원나블은 훨씬 질질 끌었고 특히 블리치는 소재고갈로 정말 노잼이였는데 억지로 연재하는게 티가 났던걸 생각해보면 역시나 명작은 명작이였다고 평하고 싶다. 단행본 56권 분량이나 되는 대작이지만 각잡고 읽으면 10시간도 안걸린다. 무엇보다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혀나가는 재미가 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이누야샤 완독 한번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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