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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 박제된 낙원의 신데렐라 미디어 다시보기



이 프로그램을 보고난 후 매번 겨울만 되면, 신세경의 예쁜 옆모습이 생각 난다. 예쁘지만, 항상 어둡고 지친 얼굴을 하고 있고, 눈에는 항상 눈물이 고여 있어 곁에서 꼭 안아주고 싶은데 왠지 다가가기가 너무 어려운 신세경이 생각난다.

검은 외투, 빨간 목도리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웃는 그 모습이 너무 가엾고 예뻐서, 난 언제나 그녀가 TV속에서 행복했으면 했다. 그녀는 나의 신데렐라였다.

동화 속의 신데렐라는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를 신고 왕자님을 만나러 가, 왕자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만큼은 자신을 괴롭고 힘들게 만들었던 현실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왕자와 단 둘만의 낙원 속에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12시가 넘으면 다시 지독한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 신데렐라는 시간이 차라리 멈추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 신세경, 계모와 언니들보다 사회의 편견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에 고통받는 신데렐라.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과 차별때문에 고통받는 나날을 보낸다. 이러한 괴롭힘은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동정심과 신데렐라가 이들보다 잘되어 못되게 군 이들에게 복수하길 바라는 마음을 낳는다. 하지만 '지붕킥' 속 신세경은 좀 이상하다. 정작 계모와 언니들 역인 주변 사람들-아버지, 동생 신애, 이순재 가족들, 한옥집 하숙생들-은 부지런하고 착하며 아름다운 신세경에게 반해 누구나 그녀를 좋아하고 돕는데 열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경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왕자님이 자신을 좀처럼 바라봐주지 않는 데에 대한 고독이다. 왕자님-이지훈-은 그녀의 신분을 문제 삼아 그녀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며 거리를 두고, 신세경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까지 올라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왕자는 그녀와 춤을 가끔 춰주긴 하나,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세경에게는 분에 넘치는 사치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행복이다.


2. 이지훈, 신데렐라를 무도회에 초대해주지 않는 왕자.

극중 황정음이 저장한 휴대폰 속 이지훈 등록 이름은 '개자식이지훈'이다. 황정음과 사이가 안좋을때에도, 연인이였을 때에도, 극이 끝나기 직전의 125화에도 여전히 이지훈의 등록명은 개자식이다. 이지훈은 개자식이였다. 본성은 친절하고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도 강한 사람이였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서 주변 사람들 모두를 여러 번 가슴아프게 했는데, 126화중 125화 내내 그랬다. 정확히는 타인의 고통에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형의 인간이였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런 성격을 지닌 인간의 직업이 의사다. 환자에겐 몸의 상처를 낫게 하는 사람이지만, 주변인에겐 마음의 상처를 내는 사람이였다.

거기다 신데렐라가 아닌 엉뚱한 사람-황정음-에게 유리구두를 신겨주기까지 한다. 최악의 왕자, 그야말로 개자식이다. 개자식인 주제에 개의 털에는 알러지가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개털인 사람-극중 황정음은 자신의 처지를 항상 개털에 비유하며 자조한다- 에게는 그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상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 이 부분은 이지훈이라는 재수없는 캐릭터가 황정음과의 캐미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으면서 시청률을 의식해 점차 희석된다.

3. 전설의 마지막회. 그리고 신데렐라는 사랑하는 왕자님과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신세경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민한 끝에 이지훈을 포기하고, 동생 신신애가 자신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살길 바라며 이민을 결정했다. 동화와는 다르게 현실의 신데렐라는 고생과 고통을 감내한 댓가로 왕자를 얻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왕자와의 삶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보상이였다. 순재네 집에서 전에 일했던 식모 아주머니처럼 로또라도 맞지 않는한. 그래서 이민을 결정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임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동생의 삶을 생각하는 '어머니같은 희생'을 선택했다. 그랬기에 못 다한 이지훈에 대한 사랑에 결판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신세경의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이지훈의 곁에 있고싶다는 것 단 하나의 선택과의 저울질이였다.

한편 늦게나마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동안 자기도 모르게 상처를 줬던 사람이 황정음이 아닌 신세경임을 깨달은 이지훈도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보내고 싶지 않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논리적으로 가지못하게 할 이유를 댈 수가 없다. 머리로는 황정음을 달래러 대전에 내려간다면서 반지까지 가지고 가지만 가슴에서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신세경과 함께 있고 싶다는 심정 뿐이였다. 개자식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호박마차에서 신데렐라의 나직한 고백으로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제 신데렐라와 왕자는 행복하다. 12시가 되면, 비행기는 타히티로 떠난다. 왕자와 신데렐라가 영원히 헤어지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을 멈추었다.



4. 마치며.

약간의 비약을 섞어 말하자면, 지붕뚫고 하이킥이라는 약간은 우스운 그 제목이 내게는 섬뜩하게 들린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의미는 신세경과 이지훈의 소위 말하는 신분차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지붕을 뚫는다는 제목으로 상징해놓은 것임에 틀림 없으나, 지붕이 뚫리면 보이는 곳은 곧 하늘이다. 지붕을 뚫고 나와 갈 수 있는 곳이 하늘-마지막 휴양지-이라면 결국 그 곳밖에 없다. 그들은 12시가 넘으면 돌아가야하는 현실을 포기하고 12시가 오지 않는 영원한 낙원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영 당시 이 엔딩에 욕을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신세경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랬다. 신세경 이지훈 커플을 지지했던 것은 신세경을 유일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이지훈 뿐이기 때문이였다. 그의 자리는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기에. 그러나 그것이 안된다는 현실의 벽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전개를 해놓고 갑자기 그 둘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린다는 결정을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그녀의 인생이 보답받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지붕킥을 보면서, 김병욱PD가 이 작품의 창조주라면, 창조주의 생각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은 그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멈춤으로서 영원한 행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댓가는 남은 사람들의 비탄과 고통이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 무슨 상관인가. 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신데렐라인데.

"당신이 바로 내가 꿈에서도 그려왔던 나의 유일한 신데렐라이기에." Cause You're my girl, You are the one that I envisioned In my dreams.



덧글

  • 포링 2016/08/22 04:32 # 삭제 답글

    너무 잘쓰셨네요 . 잘보고갑니다. 준혁이에 감정이입을하고 계속보고있어서 가슴이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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