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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감상 (2014. MARVEL/NETFLIX) 히어로 미디어 이것저것


1. 감상에 앞서. 

뉴욕, 헬스 키친, 장님 변호사, 스틱, 자경단원, 범죄투사, - 그리고 킹핀.

나는 이전의 데어데블은 영화로밖에 접하지 못했고, 그 영화는 비록 흥행에서 망했지만 데어데블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는 이미 느끼는 바가 컸다. 

블로그에서도 이것과 관련된 포스팅을 할때에 누누히 이야기 한것 같지만 나는 사실 지구 616의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마블 유니버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슈퍼맨이며 배트맨을 세번째로 좋아한다. (그리고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제일 싫어하는 히어로 영화 시리즈다.) 두번째가 마블의 스파이더맨이기는 하나, 딱히 스파이더맨이 좋다고 다른 마블 히어로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파고들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DC코믹스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러는 편이 많았다.

 캐릭터의 취급을 보면 굉장히 역설적인데, 실제로 마블에서는 어떤 새로운 캐릭터를 띄워주기 위해 스파이더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카메오로 내보내는 방식을 취하는 반면, 슈퍼맨의 경우 슈퍼맨 본인의 이야기와 저스티스 리그, 그리고 가장 파트너쉽이 공고한 배트맨과의 접점을 빼면 거의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에는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DC코믹스 히어로들의 활동에는 슈퍼맨의 배경 세계관, 즉 데일리플래닛과 메트로폴리스, 로이스 레인, 지미 올슨, 렉스 루터 등과 연계되고 유착되는 부분이 많아서, 슈퍼맨에 관심을 갖고 있게 되면 결국 DC코믹스 전체의 세계관에 노출되게 된다. 애초에 저스티스 리그 출범 자체가 슈퍼맨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게 되어 생겨난 것이므로. 하여튼 뭐 DC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나도 아이언맨 1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최근 히어로 붐을 선도하고 있고 이 덕분에 덩달아 DC코믹스 등의 미국 만화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으로 저변 확대 되었다는 것에는 딱히 불만 없다. 다만, DC이고 마블이고 간에 전반적인 히어로 컨텐츠를 즐기는 팬으로서 보자면, MCU가 속시원히 히어로 팬의 속을 긁어주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2. 히어로 팬은 왜 히어로를 좋아하는가.

 아주 매우 본질적이고 순수한 질문을 던져보자. 히어로는 어떤 존재인가. 왜 히어로를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혹은, 왜 히어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요구하는가. 

 물론 사람마다의 대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의 기준으로서는 어떠한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원론적으로 히어로는 상상의 산물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나 현실에 꼭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히어로를 만드는 창작의 요소가 된다. (최근의 관객들이 히어로에 대해 때로는 지나치리만치 리얼리즘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도 다 히어로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거기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지극히 합리적이다. 다만,나는 딱히 그런것을 요구하는 관객은 아니다. 그냥 도저히 참다 못해 히어로가 생겨날만한 지독한 상황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므로 히어로는 내가, 혹은 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소중한 누군가가 곤경에 처해있을때, 누군가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있을때 그를 해결하고 도와주는 사람이여야 한다. 여기서 그를 신처럼 머나먼 존재로 느끼기 보다는 마치 나만의 비밀친구처럼 가까운 존재로 느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슈퍼맨만 해도 벌써 탄생 75주년이 넘었지만 그 이전에도 조로, 홍길동, 로빈 훗 등등 그런 이야기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모두들 아직까지 현역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라는 것은 실로 엄청난 강점이다.

 특히 나는 어떤 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느냐 하면, 적대세력은 너무나 크고 내 주위사람들에게까지 마수를 뻗어오는데, 공권력도 무엇도 어떤 도움이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장하는 '나만의 아군'이라는 존재감에서 가장 크게 느낀다. 

그래서 MCU 영화들을 재밌어하고 좋아하지만, 히어로 영화로 기대하고 봤을 때 느끼는 불완전한 연소감이 있다는 것이다. 어벤저스는 복수자들이라는 의미다. 무엇에 대해 복수하느냐, 바로 우릴 괴롭히고 탄압하는 자들에 대해 용서 하지 않고 복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어벤저스가 솔직히 어벤저스라는 의미에 맞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줬는지는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로키를 후련하게 두들겨패는 헐크가 있기는 하나, 로키가 그렇게 관객들에게 미움받을 정도로 고약했냐면 영화 표현의 한계였는지 모르나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주간 소년점프에서 연재되는 만화'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 올마이트가 이야기 했듯이,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이며, 히어로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은 사람들이 보내주는 감사의 인사와 웃음이다. 히어로는 사람들이 주는 관심과 공감이 없다면 성립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기와 인지도에 집착하는 히어로도 좀 있기는 하다.) 히어로는 그들 나름대로의 활동 가치관이 있고 그로 인해 움직이는 존재들이기에, 내가 도와준 사람이 나를 비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활동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단지 그것뿐이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이야말로 히어로가 온갖 고초를 겪고도 활동하게 하는 힘이 된다. 글로만 읽으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그것은 내가 졸필이라서 '그건 그냥 그런거야' 라고 말해서 그런것이고, 실생활에서도 종종 이런 느낌을 느낀 적이 많았을테지만 대체로 히어로 매체에서는 이 부분을 어느정도 묘사해주기도 한다. 데어데블의 경우는 더욱 잘 묘사되어있다. 그 정도도 없으면, 히어로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외로울 것이다.

3. 내가 생활밀착형 히어로를 아끼는 이유.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슈퍼맨은 전지전능한 신같은 힘을 가졌지만 그것을 사람을 돕는데에 쓰고, 굉장히 친근한 인상을 갖고 다가온다. 감싸주고 포용하는 역할에, 누구나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슈퍼맨으로 도와줄 수 없을땐? 클라크로 기사를 써서 도와줄 수가 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차갑기만한 사회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요구하도록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슈퍼맨이 가진 힘이고, 그래서 신과도 같은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친근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NEW 52 슈퍼맨 코믹스는 전혀 이런 기색이 없지만 말이다. 단지 잘생기고 멋지기만한 슈퍼맨이라면 그것만큼 무개성한 히어로도 없다. 그저 악당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누가 더 쎈가 이런 것만 다루는 요즘 슈퍼맨이 팔려나가는 요즘 세태가 못마땅하다.

 누구나 설명안해도 알겠지만 스파이더맨은 생활밀착형 히어로이다. 독자와 (관객과) 비슷한 나이, 비슷한 고민거리, 비슷한 어려움과 곤경에 처하고, 그래서 괴로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 친근함이라는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히어로이다.

왜 굳이 이런 예를 들었냐면, 음, 비록 전개가 무척 어둡고 진지한 작품이라 앞의 예를 든 두 작품과는 차이가 있지만 데어데블 또한 이런 생활 밀착형 히어로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4. 왕도.(王道)

 서론이 정말 너무나 길었는데, 데어데블 드라마를 평하자면 그야말로 정통파 미국식 히어로물이다. 이 표현에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요즘은 사도가 너무나 범람해서, 왕도의 스탠스를 취하지 않는 작품이 훨씬 많기때문에 왕도가 도리어 신선하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공권력조차 기대할 수 없는 막장 치안을 가진 도시. 암흑에서 움직이는 마피아들이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도시는 점점 활력을 잃고 죽어가고 사람들은 고통받는다. 마약, 인신매매, 무기밀수, 고리대금. 이때 홀연히 나타나 밤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진리를 실행하는 주인공. 이런 방해를 두고볼 수 없는 마피아와 마피아에 매수된 공권력이 그를 쫓게되고, 이 모든 시련을 주인공 혼자서 감내하며 맞이해나가는 것이다.

-라는게 주된 스토리이다. 짧게 축약하자면 딱 저건데, 이런 왕도의 장점은 누구나 흥미가 생길 법한 흔한 이야기- 즉 재료가 대중적이라 좋다는 것이고, 단점은 요리를 못하면 망한다는 것인데, 짧게 말해 매우 뛰어난 요리로 완성시켰다는 이야기이다. 

 데어데블은 히어로로서는 그 능력이 제한적인 편이다. 눈은 뭐, 아시다시피 장님이고 각종 초감각들은 오히려 뛰어나기때문에 약점이 되기도 하고. 무술실력은 뛰어나지만 결국 인간으로서 인간이 가진 한계를 매번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무적이 아닌 요소"가 극중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효과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보여주는데에 아무래도 좋고,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고 하니 극의 바깥에서 보자면 사실 이건 데어데블에게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자꾸 슈퍼맨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 슈퍼맨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만 나오면 허구헌날 크립토나이트에 노출되어 빌빌대는 것도 슈퍼맨이 무적의 존재가 아닌 것이 오락작품의 입장에서는 더 재밌기 때문이다. 이른 바 밸런스 패치라는 것이다.
 

 거기에 소송대국 미국의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점도 좋다. 고초를 겪고 있는 민중들의 말벗이자, 든든한 아군으로서 때로는 데어데블이 해낼 수 없는 역할도 맷 머독이 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할지 몰라도 그 동네에서는 정말로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만약 이승만, 혹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때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는데 갑자기 경찰에게 잡혀 안보관련으로 자백을 요구받고 고문당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고, 지옥같은 고문에 굴복해 마침내 거짓 자백을 해 자신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가족들은 빨갱이 자식, 남편을 둔 죄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고 고통받을 수 도 있다. 그럴 때 맷 머독같은 변호사가 나타나 무상으로 변호해주면서 자기를 풀려나게 해줬다면? 

 물론 이 작품이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잊지말자. 히어로는 공상의 산물이다. 주인공이 심각하게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할 상황에는 언제나 그를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바로 등장하는 것들 또한 어찌보면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 있는 요소이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설득력을 갖도록 리얼해 보일 것'이지 히어로물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5. 더블 주인공

 MCU가 히어로 팬에게 있어서 그간 밍숭맹숭하다고 느껴질만한 또 하나의 요소는 빌런의 역할이 적다는 점일 것이다. MCU는 이를테면 히어로 축제에 가깝기 때문에 진중한 빌런이 영화상영시간 내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관객들에게 뭔가 보여주기에는 힘들다. 그래서 매번 MCU에 나오는 빌런은 허무하고 시시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윌슨 피스크-킹핀-는 드라마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 이건 제목만 데어데블이지 맷 머독과 윌슨 피스크가 갖는 작품 내 지분이 50:50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출생, 성장과정, 사상 모든 부분에서 이들은 시청자의 눈에 의해 비교당한다. 더 나아가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이였는지, 윌슨 피스크가 이랬을 경우 과연 맷 머독은 어떠한 선택을 했을 지. 이런 것들을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역설적으로, 윌슨 피스크라는 캐릭터가 이 정도로 작품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데어데블이 활약하는 장면도 그저 그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데어데블이라는 작품이 가진 매력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하다. 이제 앞으로 데어데블 2기가 나오면 헬스키친을 이 정도로 쥐락펴락하는 거물이 없을 터인데, 누구와 대결을 한 들 무슨 흥미가 있겠는가. 물론 퍼니셔와 엘렉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나, 좀 걱정되는 부분이다. 




6. 선과 악과 천칭.

 멧 머독은 변호사이다. 우리들이 모두 알고 있듯이, 변호사나 검사는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정말 잘못이 없더라도 검사는 기소하기도 하고, 진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피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기도 한다. 선과 악의 균형이 이해관계로 마구 뒤섞여져 있다는 것이다. 데어데블과 킹핀 또한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이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한 윌슨 피스크, 악당에게 자백을 받기 위해 악당을 협박하고 옥상에서 떨어뜨리고 폭력을 즐긴다고 말하는 멧 머독.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일면이 비교되는 그들을 보고 저울질 하며 진짜 정의란게 뭘까 고민하는 시청자는 판사-정의의 여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와 데어데블은 똑같이 눈을 가리고 있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유스티티아가 눈을 가린 이유는 눈에 보이는것에 현혹되지 않고 공정하게 판정을 하겠다는 의미다. 멧 머독의 그것은 맹목적인 정의, 용서없는 과격함을 상징한다.


7. 그 외 장/단점.
 이 외에도 1화부터 13화 까지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하나의 선처럼 구성된 이야기, 올드보이를 오마주한 롱테이크 전투씬,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짜임새있는 등장인물들, 웨슬리를 쏴 죽인 이후 씁쓸한 여운을 남긴 채 끝내 안식을 얻지 못하는 카렌 페이지의 심경 묘사와 이로인해 유추할 수 있는 앞으로의 멧 머독과의 관계 등등 호평할 요소들이 다양하긴 하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그에 반해 이상한 것도 잔뜩 있다.

 일단 제일 중요한 데어데블 코스튬(13화에 등장하는 그거) 제작하게 되는 과정도 그렇고, 코스튬 자체의 모습도 정말 킹핀이 말한 것처럼 우스꽝스럽다. 이는 장르를 극한까지 리얼리스틱에 초점을 맞춰서 제작하게 된 데에 대한 반동이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 코스튬은 벤 애플렉 버전이 훨씬 더 멋졌다. 차라리 이게 더 리얼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멧 머독이 죽을만큼 다쳤을때 '유용하게 써먹는 힐러' 클레어 템플같은 캐릭터도 그렇다. 거의 맨 오브 스틸에서의 로이스 레인 급으로 뜬금없다. 이런 캐릭터가 당연히 필요하긴 하나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느낌도 들고, 이 캐릭터의 부재에 관련된 연출도 한번 쯤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또 극의 흐름 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긴 하나, 진짜로 벤 유릭이 죽었다는 점도 그렇다. 2기도 나오는데, 벤 유릭을 죽여버렸으니 이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가 있을까. 뭐 원작 팬도 아니라면 벤 유릭이 죽어도 비슷한 캐릭 나오면 그만이긴 하나, 예를 들어 슈퍼맨에서 로이스 레인이나 지미 올슨이 죽었다면 정말 그건 드래곤볼에서 크리링이 죽은 것 이상으로 충격적일 것이다. ..물론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의 프롤로그에서 로이스는 조커에게 죽기는 했지만. 

글쎄, 그외에 또 하나 지적하자면 멧 머독의 무술 스승인 스틱의 존재일 것이다. 등장도 개뜬금없는데 퇴장은 아예 언급조차 제대로 안되고 넘어간다.(있기는 있다. 그냥 여운을 남기는 정도로) 게다가 한번 나타났으면 뭐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침이나 주고 갈 것이지 그런 것도 없다. 게다가 뭐 더 나올것 같더니 그후로 출연 없음. 멧 머독은 그냥 맹인도 아니고 화학물질이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설정이라도 있지만, 스틱은 그런 것도 없는데 메튜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원작에서도 데어데블의 스승인 스틱이라는 존재 자체가 현실성을 강조하는 데어데블 드라마 내에서 좀 튀는 편이긴 하나, 드라마에 맞게 잘 다듬어 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그야말로 갑툭튀했다가 갑툭사(갑자기 툭 사라짐. 死아님.)했다. 극중 전개에서 스틱이 데어데블을 대동하고 야쿠자 터는 장면은 없었어도 거의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구렸다. 심지어 그 야쿠자는 닌자였다고. 허허.

슈퍼히어로틱하게 만들지 않고 최대한 전투씬을 개싸움으로 만들다보니 데어데블의 특기인 봉술이 잘 나오지 않은 점도 좀 아쉽다. 그래서 앞에 스틱을 언급한 것도, 스틱이 제대로 데어데블에게 앞으로는 봉좀 잘 써라 하고 뭔가 가르침이라도 줄것 같았는데 아예 그런게 없다. 

뭐 하여튼, 점차적으로 보통의 슈퍼히어로물로 전락(...)해 갈 2기 씨리즈가 나오니 실망했거나 기대했던 것은 2기로 미루는 편이 낫겠다.

8. 마치며

리붓이라고 해야될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캐릭터의 탄생기를 1쿨 분량의 드라마로 만든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였다. 아니 그정도가 아니라, 이 작품이 너무나도 탄탄했기에 MCU 영화 전개의 대부분이 병-신이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만큼 압도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났다. 그리고 뭔가 덜 타오른 감이 있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즉, 이 작품은 히어로라는 캐릭터들이 갖는 그 장르의 특성에 대한 매우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였던 작품이였다. 그러니까 다른 MCU의 영화들이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혹은 짧은 러닝타임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었다. 이건 세계관이 거시적이건 미시적이건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그렇게 따지면 토르1, 2 또한 데어데블 못지않게 미시적인 세계관의 작품이다. 최근에 본 어떤 DC작품들보다 훨씬 DC 작품 스러웠다. 이게 내가 DC코믹스 팬으로서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칭찬이다. 아니지, DC도 이렇게 작품을 만드는게 어떨까? 하는게 내 솔직한 바램이다. 슈퍼걸이나 플래시에서 이런 것을 바라는게 아니라, 최소한 고담이나 애로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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