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토로그


던파 칼럼 - 도적, 격투가 ver. 흑요정 └던파/칼럼


<이 글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실과 독자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읽을 때 그 점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브라스티아의 던파칼럼입니다. 이번에는 최근 2차각성을 끝냈으며, 또한 2015년 현재, 던파에서 가장 오랫동안 모든 전직군이 추가되지 못했던 기간이 길었던 -다소 비인기 직업인 영향 탓도 있습니다.- 도적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초창기의 던파 컨셉을 얕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Piggy cat님의 개인 일러스트. 인게임에는 무려 8년만에 등장했으나 컨셉의 원본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게 된 여귀검, 본래는 여거너로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될 예정이였으나 당시 네오플의 제작 여건 한계로 NPC가 되어버린 키리, 빼도박도 못하는 "핑크 생머리, 초록눈동자"의 나이트여프리와, 지금과 전혀 다른 컨셉의 남격가, 인간이 아닌 수인들 또한 마계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정을 엿볼 수 있는 고양이 수인 남법사까지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일부 컨셉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여격가와 여법만이 본래 여성캐릭터로서 먼저 디자인 되었음도 알 수 있다. 도적은 이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남3:여3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성 캐릭터가 된 것이다.>

던파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캡콤의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를 오마주한 게임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처음에 개발되는 중에 거론되었던 타이틀은 현재는 일본 던파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아라드 전기입니다. 이 이름은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되고 최종적으로는 던전 앤 파이터가 됩니다. 이름을 직관성의 이유로 던전 앤 파이터로 지었다라는 것은 아예 개발 시작부터 이 게임은 던전 앤 드래곤 형식의 게임으로 만들 것이라는 것을 표방했었다는 뜻도 됩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원래 네오플은 캔디바라는 캐주얼 게임을 만들어 동명의 포털을 운영했던 회사이고, 이 캔디바는 미니게임을 모아 한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 하는 게임 포털이였습니다. 규모가 크지도 않고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래서 던파도 처음 개발 당시에는 이 캔디바에서 런칭할 수 있는 간단한 액션 게임으로 개발되던 와중에, 방향을 급선회하여 현재와 같은 노선으로 개발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여, 던파의 모태가 되었다 볼 수 있는 던전 앤 드래곤 2 ~미스타라를 덮은 어둠~에 나오는 많은 것이 차용되기 시작합니다. 직업 선택의 갯수가 6개로 정해진 것도 이런 영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도적/드워프/엘프/전사/마법사/성직자의 6개 직업으로 이루어져있는 던전 앤 드래곤2 의 셀렉팅 화면>

귀검사는 당연히 전사의 영향을 받았으나, 칼과 방패 둘다 구현하는 것은 당시에는 고작 8명밖에 없었던 네오플의 A-SHOCK 팀의 정황상 일일히 도트를 그리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한쪽 손은 방패를 들 수 없는 귀수로 대체했습니다. 귀검사가 정석적인 판타지의 검사 역할을 하기는 하나, 기존에 볼 수 있었던 검사들과는 다른 비틀어진 캐릭터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던파 캐릭터는 당대의 판타지에서 팬들이 막연하게 가지는 이미지를 한번씩 비튼 캐릭터성을 갖게 됩니다.

다재다능한 엘프는 던파 캐릭터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지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설정을 비틀어 종족을 요정->천계인으로, 여리고 청순한 이미지의 여성->쿨하고 간지넘치는 남성, 활과 화살-> 총과 총알로, 자연과 마법->기계장치와 문명으로 꼬아서 만들었다고 하면 말이 됩니다.

강인하고 억척스런 드워프 또한 던파와는 무관할 것 같지만 근접전에 강하다는 부분을 격투가로, 짤뚱한 몸매->육감적인 몸매, 마초적인 드워프-> 섹시한 여성 , 탐욕적인 성격->금욕적이고 정의로운 성격으로 뒤틀었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전사와 함께 반드시 등장하는 마법사 또한 장신에 마르고 쿨한 남성-> 어리고 귀여운 여성으로 변경했습니다.

역시 판타지 세계관에서 전사, 마법사와 함께 반드시 등장하는 삼위일체 성직자는 오히려 마초적인 본래의 이미지를 적극 수용해 다른 의미로 유저들의 통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도적은 대부분의 이미지는 그대로 왔으나, 도적이라는 직업이 느끼게 하는 어두운 이미지를 살려 종족을 다크엘프로 변경해 던파 세계관에 들어오게 됩니다.

여기까지 설정이 짜진 것은 매우 좋은 일이였으나 당시 던전앤 파이터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완전히 처참한 것이였습니다. 이미 2D의 시대는 갔고, 당시에 대박을 터뜨리던 인기 게임 또한 당대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든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국민게임이라고 까지 불렸던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포트리스2,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은 물론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은 아니였습니다만 여러가지로 지향점이나 팬층이 달랐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던파를 다뤘던 온라인 잡지의 당시 기사를 봐도 언제 망할지 모르는 게임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는 네오플이 팬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홍보영상에서도 스스로 썼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네오플 측에서는 모험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간을 보고 뭐 인기가 좀 있어야 다음 업데이트도 들어갈 수 있는거죠. 이런 태생적인 한계때문에 네오플에서는 "예전에 짜놓은 설정을 이번에 업데이트할 캐릭터에게 준다"를 시전하게 됩니다. 당장 언제 망할 지 모르니까 아끼지 않고 마구 투입한거죠.

그런 연유로 설정 떠넘기기가 자주 반복 되어 추후에 나올 캐릭터들이 많이 손해를 봤습니다. 여귀검사의 복식 설정을 사령술사에게 줘버린다거나, 어벤저의 컨셉을 소울브링어와 사령술사가 나눠가지게 됐다거나 하는 일이 후대에도 여러번 일어나게 됩니다.


도적의 경우는 이때 나오지도 못한 터라 야하고 멋진 여성캐릭터라는 포지션에서 많은 부분이 격투가에게 흡수되어버렸습니다. 또 전투스타일의 경우 투척, 적에게 올라타서 패기, 비겁하고 어두운 이미지인 암기 사용 등의 도적이 가지는 이미지 또한 스트리트 파이터에게 어느 정도 흡수되었습니다. (사실 여성 스파는 캡콤의 X-MEN에 등장하는 울버린 전투스타일 또한 많이 가져오긴 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자체가 사파 무공을 쓰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치사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싸운다 부분에서 당초 던전 앤 드래곤에서 "싸우는 기술자"로 표현되고 있던 도적의 이미지를 넣기에는 더없이 좋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추후, 던파가 인기를 끌게 되자 거침없이 다음 캐릭터를 개발할 수 있게 된 던파는 당시로서는 완전 성인취향의 여자격투가의 존재가 딜레마가 되었습니다. 원래 던파는 성인의 추억을 팔아먹기 위해 타겟팅이 맞춰졌으나 입소문을 타고나서는 초중고딩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습니다. 부모님 계정으로 게임을 하는일이 잦았기에 아예 연소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체이용가 버전과 15세 이용가 버전을 새로 발표하게 됩니다. 미성년자들은 아무래도 여자 격투가의 이미지가 거북했기 때문에 격투가 직업을 하고싶어도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었습니다. 그 즈음에 프리스트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때 시작부터 프리스트를 남자격투가의 대용품으로서 제작하게 되는 바람에 프리스트는 각 전직마다 매우 전투 스타일이 통일되지 못한, 정체성이 불분명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프리스트가 Piggy cat님이 그린 일러스트와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 된것도 이런 까닭이며 이후 나이트가 뜬금없이 무기를 귀검사와 공유하게 된것도 이때의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결과는 더욱 더 실패했지만요.

그러나 유저들은 이런 어설픈 남격가 컨셉의 프리스트를 플레이하면서 보다 더 강렬한 이성 직업의 추가를 원하게 되었으며 결국 네오플은 프리스트 등장 이후에서야 여성 거너, 남성 격투가, 여성 귀검사의 컨셉 일러스트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 여성거너가 추가되면서 격투가는 못생긴 여캐라는 이미지가 크게 박혔으며, 특히 허벅지 수정 요구도 이때부터 크게 빗발치게 됩니다. 다만 당시의 네오플은 여성 거너 추가 시기를 전후로 인력난이 가장 심했다고 합니다. (제가 넥슨에서 잠깐 일할 때 네오플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업무량도 업데이트 량도 유저 수량도 당시가 가장 심했습니다. 이러한 폭풍 속에 게임이 나온지 무려 4년만에 드디어 도적이 추가됩니다. 유저들이 기다리기엔 너무나 긴 세월이였습니다. 




<던전 앤 드래곤2의 도적과 Piggy cat님의 도적 초기 컨셉>



초기의 도적 컨셉은 사실 보시다시피 던전 앤 드래곤2의 도적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흑요정이라는 설정만을 남겨둔 채 많은 부분이 변경 되었습니다. 초창기 컨셉 특유의 무늬(바지와 신발 등)는 리디자인된 옷 곳곳에 살아있습니다.


 기존의 컨셉은 타락한 도둑의 여도둑 몹들이 가져갔는데, 여기 몹들의 스탠딩 모션과 도적 플레잉 캐릭터의 스탠딩 모션이 비슷한것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즉, 도적은 오랫동안 기획은 되고 있었으나 하마터면 아예 영영 플레잉 캐릭터로 못나올 뻔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도적은 던전 앤 드래곤2의 싸우는 기술자에서 기술자만 제거된 채 나머지 많은 부분을 제대로 베껴오마주 해오며 나름의 캐릭터성을 확보한 후 플레잉 캐릭터로서의 등장이 가능해졌습니다.


격투가가 일부 도적의 컨셉을 차용한것과 비교해 도적 또한 못생기고 인기 없고 아바타가 안팔리는 격투가의 새로운 대안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도적의 초기 일반 아바타(한국 미출시 포함)를 익스트렉터나 시뮬레이터 사이트를 통해 보면 알 수 있는 사항으로, 도적의 아바타는 테마나 형태등에서 여성 격투가와 비슷한 모양이 많았던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격투가의 카운터 직업은 대부분 귀검사가 갖고 있는데에 반해 도적도 이런 식으로 격투가 직업과 매칭을 해보면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로그(대응 캐릭터 : 스트라이커) : 각각 직업군 중 가장 체술에 뛰어난 전직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등장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였던 모든 액티브 스킬 캔슬 가능, 던파 최속의 캐릭터 자리를 넘겨받았습니다.(이전 최속 캐릭터는 격투가), 빠른 단검과 느리지만 한방이 있는 쌍검(권투글러브와 건틀릿) 등도 유사합니다. 단검을 들고 있는데도 실제 사용하는 기술은 타 게임의 격투가 캐릭터 기술들 사용한다는 점도 도적이라는 캐릭터가 격투가 마크2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ex. 앤디 보가드의공파탄, 캐미 화이트의 스파이럴 애로우 등을 모티브로 한 버티컬 스파이럴.)

스킬 컨셉의 유사성
공중밟기->다이빙 점프
로킥->발목 타격
라이트닝 댄스->소닉 어설트


사령술사(대응 캐릭터 : 넨마스터) : 이쪽은 넨마스터의 스킬을 한번 꼬아서 거의 그대로 내놓은 듯한 기술이 많습니다. 속성만 반대로 했습니다.

스킬 컨셉의 유사성
뇌명->발라크르
넨탄, 축염포->다크소울(발라크르를 켜고 다크소울을 충전하면 커짐)
넨화->야행혼
환영폭쇄->좀비강령

쿠노이치(대응캐릭터 : 스트리트 파이터) : 닮은 스킬은 별로 없지만, 원래 쿠노이치는 스트리트파이터처럼 물 마공 공격이 혼재되어있는 하이브리드로 계획되어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 흔적은 화둔계열과 쿠나이계열로 나눠져있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외에 1차 각성 패시브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점 또한 재미있습니다.

섀도우 댄서(대응 캐릭터: 그래플러) : 역시 닮은 스킬은 별로 없지만 백어택에 특화된 캐릭터라는 설정은 기본적인 공격인 수플렉스가 상시 백어택으로 들어가는 그래플러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또한 주요 스킬이 홀딩을 하거나 경직을 준다는 점도 이 본래 설정을 잘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여 격투가는 도적의 컨셉을, 도적은 격투가의 컨셉을 서로 뺏어먹으며 공존하게 되는 기이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출생의 한계(?) 덕분에 던파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습니다. 그중에서도 도적은 특히나 험난한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던파라는 액션게임에서 도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사실 네오플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단 그 시도가 성공적이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평하고 싶네요. 네오플이 도적에게서 잘 베껴온건 사실 백스탭을 이레이저로 잘 옮겨온것 뿐입니다. 슬라이서랑 날다람쥐도 잊지마 나머지는 도적이 그야말로 자기 게임의 캐릭터성을 도적처럼 훔치면서 겨우겨우 만들어진 캐릭터성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영영 나올 것 같지 않던 쿠노이치와 섀도우 댄서도 나오고, 2차각성까지 마쳤으니 도적만의 새로운 캐릭터 성 정립. 2009년 출시된지 무려 6년!만에 어느 정도는 매조지 되지 않았을까요? 늦었지만 도적의 2차각성을 축하드리며,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